[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⑯ 마을, ‘사람’과 함께 날아오르다

이은지 기자 승인 2021.09.22 05:00 의견 0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소재한 <마을의 인문학> 사무실에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작품은 오리를 타고 날아오르려 하는 소년의 모습을 나타낸다. (사진 = 본인제공.)

여러 문화 프로그램으로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함께하게 됐지만, 여전히 아이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는 저조한 현실이다. 이들은 최소한 서울에 한 뼘이라도 더 가까운 대학에 가기 위해 학교로, 학원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긴다.

지역에서의 활동은 입시에 필요한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간신히 참여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이나 주말이면 동네에는 마땅히 놀 곳이 없고 그렇다고 어디 멀리 놀러가기도 쉽지 않다.

자연스럽게 손 안의 여가, 모바일 속의 세계를 찾아간다. 그곳에는 과연 지역(local)이라는 개념이 남아 있을까. 지역 청소년의 삶 어디에서도 그 자신이 사는 지역을 배우고 관심을 가질 기회는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청년이 된 이들은 결국 지역에 애정을 갖지 못한 채 주말까지도 버스를 타고 놀 거리를 찾아 떠난다. <마을의 인문학>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도 충분히 꿈꾸고 즐기며 성공할 수 있는 모델에 관심을 가졌다.

실제로 올해 화성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시민실천사업에 선정되어 지역 청소년을 비롯해 많은 주민들의 꿈을 여러 멘토 및 자원과 연계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마을의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지역 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소품종 다량생산을 기반으로 한 곳에 집중하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했다면, 현재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각자의 창의성을 발현하는 ‘창의의 경제’ 역시 중요하다.

예컨대 온라인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에게 대규모 산업단지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특색’을 만드는 유연하고 새로운 단위로서 ‘지역’에 주목했다.

지역의 차별화된 문화가 그 지역만의 독보적인 문화관광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형 교육이 그런 분야의 인재를 키우는 근간이 되며, 그만큼 주민이 오래 머물며 지역 내 소비 시장도 더 두터워지는 방향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드시 대규모 산업 인프라나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새로움과 감동을 안겨주는가가 더 중요할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이야기’, 즉 인문(人文)이 담고 있는 창의성이 의미 있는 재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을의 인문학>이 말하는 ‘인문의 경제’이다.

<마을의 인문학>은 이러한 가치를 바탕으로 ‘품격 있는 문화의 마을’, ‘인문 예술 인재의 마을’, ‘브랜드로 살아나는 마을’을 꿈꾼다.

단체 사무실에는 이런 꿈을 담은 조각품이 하나 있다. 이 작품은 오리를 타고 날아오르려 하는 소년의 모습을 나타낸다.

소년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독수리 같은 커다란 새가 아닌,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리의 등에 탔다. 오리는 작은 마당을 종종대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오리의 비상이 드넓은 세상을 다 품지는 못해도, 동네의 풍경은 가장 촘촘히 끌어안는다. 필자는 ‘사람’과 ‘마을’이 바로 이렇게 날아오르기를 매일 기대한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두 달여의 짧지 않은 시간동안 문화, 사회에 걸쳐 본인의 철학과 신념을 가감 없이 표현해주신 백현빈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인바른뉴스도 <마을의 인문학>이 더 많은 곳에 함께 깃들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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