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⑧ "어르신을 위한 인문학, ‘인생 박물관’을 제안 합니다"

이은지 기자 승인 2021.08.20 05:00 | 최종 수정 2021.08.20 17:23 의견 1
마을의 인문학은 지난해 여름, 지역의 성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진 = 본인제공)

필자가 운영하는 단체 <마을의 인문학>은 지난해 경기문화재단 지원 사업으로 지역 사회 성인 시민에게 각 분야의 문화예술을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주로 중장년 이상의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다. 문학, 연극, 스포츠, 미술, 음악, 융합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분야별로 소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

참여한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바로,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는 것이었다. 낯선 문화와의 만남을 반가워하는 이웃들을 보며, 어른 세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루는 주민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역량강화 교육에 참여해 큰 참고가 될 만한 사례를 들었다. 한 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그 책의 저자는 51명의 충청도 할머니들이다.

살림의 현장에서 각자의 ‘감(感)’으로 요리해 온 할머니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청소년, 자원 봉사자들이 그림과 글로 조리법을 정리했다. 책 제목 역시 푸근한 충청도 사투리를 담아 ‘요리는 감이여’라고 한다.

어르신에게 문화 선물을 하는 것도 의미 있고, 동시에 어르신들 역시 다음 세대에게 문화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음을 느낀다. 어릴 적 들어봤을 할머니의 옛날이야기, 이웃 아저씨가 소개해주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지금의 뛰어난 문화 기술은 이러한 콘텐츠를 더 뛰어난 문화 상품으로 발전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문화를 늘 상상하는 문화기획자로서, 나는 지역마다 ‘인생 박물관’을 설립할 것을 제안해 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콘텐츠이자 위대한 역사이다. 그것을 문화적 재화로 표현하는 노력 자체가 그 삶을 존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 삶의 이야기와 흔적을 콘텐츠로 모아, 고정된 공간으로서 작은 박물관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지금까지의 박물관이 시대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거시적인 차원에서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었다면, 이곳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를 담는 공간이 될 것이다. 마을마다 작은 공간에 이런 박물관을 조성해 나가면 좋겠다.

민선 7기 화성시는 지난 7월부터 어르신 무상교통을 도입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처럼 조금 더 이용하기 편한 교통 체계가 활성화되면 어르신의 활동과 함께 궁극적으로 시민 생활 속 콘텐츠도 확대될 수 있다.

우리 지역 인생 박물관에 더 많은 역사와 콘텐츠가 살아 숨 쉬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기술의 발전도 조금 더 사람을 향하기를 기대해본다.

어르신이 사용하기 편한 기계를 만들면 결국 모든 세대가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기계를 모른다고 어르신이 지혜롭지 못한 것은 아니며, 경험이 적다고 청년이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점만 다를 뿐 우리는 모두 청년이자 어르신이며, 그 자체로 역사고 콘텐츠인 존재이기에, 서로의 차이를 좁히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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