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교육열이 높은 지역에서 입시와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프로그램은 학부모들의 선호를 얻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공공 문화시설에서 사교육처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청소년의 입장에서도 굳이 학원이 아닌 이음터에서까지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동기는 커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진로와 관련은 있되 재미도 있어야 하는, 어찌 보면 공공 문화시설에 쉽지 않은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이에 청소년 위원들과 함께 고민했다. 이를 통해 인문, 사회, 공학, 예술 등 총 네 개의 분야에 걸쳐 멘토를 통해 진로를 소개하고, 분야별로 글쓰기·말하기 현장 멘토링, 동아리 학생들의 성과 발표회, 토크 콘서트 등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계획했다. 필자 역시 발로 뛰며 아나운서, 가수, 대학 교수, 심지어 청와대 전직 연설비서관까지 강사로 섭외했다.
온 마을이 함께 움직였다. 공공기관, 학교, 지역 교육지원청, 학부모, 지역주민, 학생 등 다양한 주체가 함께 있던 이음터 운영협의회는 모두 힘을 모아 지역 주민에게 홍보하고 지역에 숨겨진 인재들을 찾아냈다.
2018년 여름, 네 번에 걸친 진로콘서트가 열렸고 수많은 청소년을 포함해 지역 주민 총 500여 명이 함께했다.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한 청소년이 관심 분야를 살려 대학에 진학했다거나, 관련 분야로 창업을 시도한다는 소식도 이후 듣게 되었다.
학교 밖에도 청소년이 있고, 학교 안의 청소년도 생각보다 더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학교와 학원, 게임 정도로 모든 청소년의 일상을 일반화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이들을 모두 입시라는 하나의 틀에 넣어 서열을 매긴다면, 여기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하며, 또한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미뤄 온 많은 꿈들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나는 마을과 지역이 바로 그 가능성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만약 내가 지금의 화성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민선 7기 화성시에서 도입한 새로운 참여제도인 ‘청소년 지역회의’에서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이음터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진로를 찾아볼 수도 있다. 또한, 올해부터 화성시 30∼35세 청년을 대상으로 도입한 ‘온 국민 평생장학금’을 기대하며 훗날 지역에서 얼마든지 또 다른 분야를 배우고 준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때로는 틀을 벗어난, 조금은 ‘쓸데없는’ 것을 상상하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나는 바로 그 ‘잡담’이 환영받는 지역사회를 꿈꾼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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