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게임에는 그다지 흥미를 붙이지 못했다.
이 말은 청소년이나 또래의 청년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중요한 이야깃거리 하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여기서 받는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게임에 관심이 적으니 그만큼 공부만 열심히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이고, 큰 일 날 말씀이다. 배움 자체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역시 세상에서 노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러나 다수가 좋아하는 놀이거리를 벗어나면서 ‘어떻게 놀 것인가’하는 문제는 필자에게 제법 심각한 고민으로 다가왔었다.
적지 않은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자녀가 PC방에 가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마냥 반갑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이도 어른도 막상 게임만큼 재미있는 ‘다른 문화’를 찾고 즐기는 것이 쉬운 것 같지 않다.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기성세대 자체가 문화 경험을 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세대이든, 다양한 문화를 누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를 보면, 분야별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에서 영화가 77%, 대중음악·연예가 23.3%, 그 외의 연극, 미술, 뮤지컬 등은 모두 10%대 정도이거나 그 이하로 나타난다.
아울러, 영화 관람률이 두드러지게 높다고 해서 정말 사람들이 예술로서 영화 작품을 충분히 바라보고 음미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문화 활동 전반의 이해와 참여가 고르지 못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 이유다.
문화 편중의 원인으로 ‘지리적 접근성’을 짚고 넘어가 볼까 한다. 농촌 마을에도 작은 PC방은 생각보다 적지 않게 분포되어 있고, 지방 중소도시에도 영화관이 있으며 개봉 시기의 차이는 있으나 비교적 서울과 비슷하게 최신 영화가 상영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문화예술 분야의 인프라는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지자체의 노력으로 좋은 공연장과 전시장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그곳을 채울 공연과 전시가 아직 부족하고 또한 그 경제적 이익을 충족할 만큼의 매표 수익이 발생할지 확언할 수도 없다.
서울이나 대도시에서는 언제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관람의 기회가 지방에서는 제한되는, 악순환의 구조가 양산된다. 그렇다고 해서 생업도 아닌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리를 달려 문화생활을 하겠다고 찾아가기도 쉽지 않다. 결국 주말이 돌아오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방콕(방에 콕 박혀 생활하는)’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2020 문예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7개 시·도별 문화예술활동 건수에서 서울은 인구가 더 많은 경기도의 2배 이상, 도 단위에서 건수가 가장 낮은 충청북도의 12배 이상, 광역시·특별자치시 단위에서 건수가 가장 낮은 세종시와는 7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해당 분석에 잡히지 않은 자발적인 문화활동도 곳곳에 존재할 수 있겠으나, 그런 활동의 원료(原料)이며 자극이 되는 문화활동 자체가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이 현실이다. 어디에 사는가에 따라 문화 경험에 차이가 생긴다고 볼 수 있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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