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행복마을 지킴이가 들려주는 '마을'에 진정한 의미
#사동행복마을관리소
#사동어린이날축제
#내년에는 마을에서 놀자
경인바른뉴스
승인
2021.05.13 07:00
의견
7
"뭐 하세요?"
정감 깃든 어린 목소리에 올려다보니 좀 전에 같이 ‘고무신 던지기’ 놀이했던 꼬마 친구였다. 코로나19 상황이라 인원을 제한해 놀이터 3곳에서 분산되어 어린이날축제가 열렸다.
마임 공연을 앞두고 놀이터 한쪽에서 고무신 던지기 놀이가 한창이다. 예닐곱 살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동행 없이 와서 서툴게 한 번 시도해보더니 제 딴엔 실패라 생각했는지 그만하려고 몸을 돌렸다.
옆에 다가가 방법을 알려주며 함께 해보자 했고 우리는 마음을 모아 ‘하나, 둘, 셋“ 구호를 외쳤고 이내 아이는 날렵하게 발을 올려 찼다. 아이도 나도 기준을 넘겼다는 만족감을 서로에게 눈짓으로 인정했다.
행복마을관리사 지킴이로 어린이날 행사에 방역봉사를 맡아 처음으로 마을행사에 참여했다. 작년에 ‘마을이 예술이야’로 쓰여 진 마을축제 현수막을 ‘마음이 예술이야’라고 말했다가 “마음이 아니고 마을이에요” 라고 웃으며 정정해줬던 딸의 말에 ‘문구는 좋은데 마을이 예술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킴이로 일하면서 내 마음 속에 화두가 된 ‘마을’이라는 두 글자를 마음에 담고 방역을 진행하며 놀이터 곳곳을 돌고 몇 안 되는 쓰레기를 줍다가 하얀 펜스에 어울리지 않는 웃자란 잡초들이 보이기에 곧장 앉아서 뽑고 있었다.
이때 고무신 던지기를 함께 했던 꼬마 아이가 나에게 관심을 보이며 찾아 온 것이다. 마을의 친구로 말이다. 이 꼬마 아이를 보고 나니 고등학생, 대학생 봉사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들이 참여하는 마을 일에 자신들도 함께 봉사를 맡아 어른들과 아이들 틈에서 조화롭게 돕고 있는 모습들이 참 건강해보였다.
지킴이 합격 후 교육을 받으면서 마을에서 목공주민강사로 활동했던 선생님께 “오랫동안 저도 꼭 목공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어쩜 이리 잘 하세요” 했더니 “마을이 나를 키웠어요. 마을이 우리 아이들도 키우고 있어요” 하는 것이다.
그 말의 진정성에 감동이 되었다. 이제 보니 마을이 키운 그 아이들이 자라서 봉사자가 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마을이 도시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고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는데 세대가 어울러져 어린이날 행사를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해내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 곳이 ‘행복마을’이구나 싶었다.
이런 곳에 행복마을관리소가 있어야 하고 지킴이가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 이제 서야 ‘마을’이 보이다니! 마을이 예술이 되기까지 공들였을 보이지 않는 손길, 이웃을 향한 헌신과 애정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졌으리라 싶었다. 그 사이에 마을의 중심이 된 어른들과 그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함께 성장하는 동행이 되었나 보다.
지킴이 활동 중에 환경 정비하는 시간에 끝이 보이지 않는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버린 이들을 탓했다. 그리고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가 나 자신에게 물었다. “뭐하세요?” 또 다른 내가 대답한다. “나비가 작은 날개깃을 하고 있지요” 우리가 하는 미미해 보이는 일들이 경이로운 결과를 부르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해본다.
글쓴이 : 사동마을행복관리소 우정숙 지킴이 선생님.
저작권자 ⓒ 경인바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