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활동이 지역별로 편차가 큰 데는 지역적인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 접근성’도 중요한 문제다.
앞서 살펴본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가구소득별로 월 600만 원 이상 세대는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92.5%에 이르지만, 월 100만 원 미만 세대는 이 비율이 51.7%까지 내려간다.
문화생활 비용 측면에서 보면, PC방은 지갑이 가벼운 청소년과 청년들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여가와 함께 간단한 식사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영화관도 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두 시간 가까이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장소이다.
하지만 공연장에 가면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몇십 만 원에 이르는 관람료를 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는 공연도 있지만 그 다양성과 빈도 면에서 아직 아쉬움이 있다.
물론 게임이나 영화가 아니어도 문학처럼 가까운 곳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문화예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문학이나 독서에는 생각보다 관심이 적은 것일까. 거기엔 ‘정서적 접근성’도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어린이 독서공간이 확대되고 어릴 적 책 읽는 문화가 활발하다가도 청소년, 청년 시기를 지나면서 독서는 ‘입시 준비’ 위주로 바뀐다.
심지어 책 읽기가 시험공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문학 작품이 작가와 독자가 정서적으로 소통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입시 국어의 정답을 찾기 위한 지문이 된다. ‘밑줄’에 지친 이들을 반기는 모바일과 그 속의 영상 미디어는 생동감과 흥미를 주며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잘 놀고 싶었던 필자는 어느덧 청년이 되어 지역에서 문화기획 활동을 하며 현재와 미래의 ‘가치 있는 여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 입장에서, 문화예술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원론보다 실제 문화기획 현장의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가 거주 중인 화성시는 현재 ‘공감의 가치로 미래를 여는 공존도시 화성’을 지향하며 법정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1.4배 면적에 이르는 넓은 도시에서 권역, 계층 간의 공감과 공존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의 공존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도시 환경이 과연 PC방과 영화관 외에도 다양한 문화 인프라와 예술 활동을 반기고 있는지, 어디에 살아도 마음 편하게 그것을 누릴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 본다.
현재 민선 7기 화성시에서 추진 중인 악기대여소는 이 질문에 대해 하나의 의미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듯 여러 종류의 악기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 연주해보며 음악과 가까이, 부담 없이, 그러면서도 친숙하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기대여소가, 음악·미술·도예 분야로 특화된 학교-마을 연계형 복합시설 동탄목동이음터 안에 같이 조성된다는 점에서, 연계 가능한 체험 프로그램이 함께 기대된다.
필자는 문화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젓가락과 필하모닉’을 자주 말한다. 사람들과 모여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젓가락 두드리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음악이고, 뉴욕 필하모닉이나 런던 필하모닉의 공연을 감상하는 것도 음악이다.
어떤 것이 고급인지 아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각자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하면 될 뿐이다. 다만 경제적, 지리적, 정서적인 이유로 하나만 맛보고 그것이 유일한 경험이자 선호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디에 살아도 모두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누려보고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꿔 본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청년 백현빈은?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마을의 인문학> 대표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중
[백현빈 대표의 칼럼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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