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③한 청년이 던진 화두… “헬스장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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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5 06:00 | 최종 수정 2021.08.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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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과 관련한 활동을 하며, 하루는 지역 청년공간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어떻게 하면 청년공간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각 지역에서 열정을 갖고 활동하는 청년들이 모여 시설, 프로그램, 운영 시간, 운영 인력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간담회가 마무리를 향해갈 즈음, 한 청년이 이야기를 던졌다.
“지역의 산업단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처럼 제조업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헬스장 하나 있어서 일 끝나고 운동하고 집에 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청년을 위한’ 청년공간을 이렇게 저렇게 그려보던 나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 이런저런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헬스장 하나면 충분하다고?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바쁘게 일하는 청년들에게, 퇴근 이후나 주말에 별도의 시간과 수고를 들여 청년공간에 찾아오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라는 것은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설령 참여의 장에 문을 두드린다 하더라도 늘 익숙하게 소통하고 활동해 온 활동가와, ‘손님’처럼 다가온 노동자 청년 사이의 이질감을 줄이기까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과연 어떻게 하면 ‘헬스장’만큼 편한 청년공간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버스정류장 앞에는 더 많은 청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이 중에는 오늘 간담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았을 것 같다.
과연 이러한 또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정말 헬스장 하나면 충분할지 생각해보았다. 여러 지역에서 청년의 교류와 소통, 문화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청년 공간을 조성하고 있는데, 실제로 청년의 삶에 의미가 있게 활용되고 살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스스로 되물으면서, 평범한 청년 시민의 일상과 청년정책 사이의 차이를 매일 조금씩 좁혀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됐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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