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⑬ “마을활동, 너희는 하지 말라고?”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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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9 05:00 | 최종 수정 2021.09.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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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마을에는 한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도로변에 큰 존재감이 없던 하천에 꽃과 식물을 흐드러지게 심고 마을 축제도 여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루는 이곳의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우리 아이들이 이런 좋은 활동에 매력을 느껴 집중해서 열심히 한다면 어떨까요?” 함께 있던 이웃들은 조금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없이 웃었다.
수 년 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해온 나로서는 그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 세대에게 마을활동은 어린이의 ‘놀이’이거나 청소년의 ‘봉사활동 실적’은 될 수 있어도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다음 세대의 마을 활동가는 매우 드물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 지금은 곳곳에서 마을의 어른들이 힘을 모아 공동체를 위해 활동하지만, 과연 다음 세대에도 그런 움직임이 이어질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미래 세대와 마을공동체, 이 두 가지의 연결고리가 선뜻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일자리’ 문제가 한 몫을 한다고 본다.
현재의 마을 활동은 대부분 자원봉사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새벽부터 일어나 동네를 가꾸고, 마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머리를 맞대는 일에서 어떤 구체적인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어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서는데, 왜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그러지 않는지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생각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저성장 시대에 적어도 먹고 살기 위해, 현 세대는 진학과 취업, 진로를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어떠한 보상도 없이 의지만으로 봉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여유가 부족하다. 아마 많은 마을 활동가들도 자녀들의 이런 현실에 공감하기에 선뜻 대를 이어 활동하라고 권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마을 활동 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는 없을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화 이후 풀뿌리 시민운동이 활성화되고, 마을공동체 활동도 그 폭이 더욱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선례도 많아졌다. 몇몇 마을공동체 사례는 마을활동가 사이에서 거의 전설처럼 여겨지며 회자된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미담’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될 만한 특별한 마을 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새로운 일자리나 특화된 콘텐츠, 브랜드로 이어지는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하는 입장에서는, 마을 활동 자체가 유익한 것은 알겠으나 스스로를 희생해가면서까지 계속 무료로 헌신 봉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의 지속가능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넘어야 할 산에 직면하고 있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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