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⑦ “어르신,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세요”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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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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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식사를 하려고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연세가 제법 되신 어르신이 키오스크 앞에서 고민하며 화면 이곳저곳에 손가락을 대어보고 있었다. 식당 한쪽 벽에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세요’ 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사람 키 높이의 낯선 기계를 앞에 두고, 어르신은 한참을 씨름한 후에야 메뉴를 주문했다.
급류처럼 밀려오는 낯선 기술은 코로나 시기 더욱 적나라하게 다가온다. 방역 수칙 상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방문등록과 열 체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익숙하게 휴대전화를 가까이 대고 QR코드를 인증한다.
그러나 여전히 종이로 된 방문자 명단이나 전화 인증을 찾는 어르신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번은 어느 식당에서 한 어르신이 QR코드를 잘 모른다고 하니, 우리 가게는 QR 외에는 인증이 안 되니 나가라며 쫓아내는 사장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이후 나는 그 식당은 가지 않고 있다. 정말 나이 들면 서러운 것인가.
사실 기술의 격차는 세대 격차를 설명하는 일부분일 뿐이다. 압축 고도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의 거리는 물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 더 크게 부각되기도 한다. 물론 고대 시대부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철이 없다’는 말이 있었다고도 하니, 이런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닌 듯하다.
오늘날 바로 그 ‘요즘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를 소위 ‘꼰대’로 바라보기도 한다. 어른들의 ‘나 때는 말이야’ 식의 이야기를 지적하는 개념으로 ‘라떼’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나는 세대 간에 이러한 경계를 낮추고 서로를 이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하다못해 ‘라떼’도 에스프레소의 진한 향과 우유의 부드러움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 기가 막히는 맛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역사에서 70여 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 사람에게 이 시간은 인생의 대부분일 수도 있다. 바로 그 정도의 시간 동안, 전쟁과 분단,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와 빠른 기술 변화가 이어졌다.
기성세대의 많은 시민들은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전사처럼 일하고 달려 왔다. 당연히 건강을 살피거나 여가를 즐길 시간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희생과 노력으로 오늘날 한국은 세계적으로 위상을 가진 국가로 발전했고, 다음 세대인 나도 그 덕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문화기획자로서, 바로 이 세대에게 ‘문화 선물’을 전하고 싶었다. 고마운 마음과 더불어,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더해졌다. 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문화를 알고 경험해 본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일이 최우선이었던 기성세대에게서도 쉼과 여유의 문화가 꽃피어야 비로소 온 세대, 온 지역의 문화가 살아난다고 본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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