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⑪ “공동주택, 분양에서 입주까지… 안녕하십니까”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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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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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 공동 주택에 살아 왔다. 그 가운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두 아파트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이 글에선 편의상 A 아파트와 B 아파트로 부르려고 한다.)
A와 B 아파트 모두 독특한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입주예정자’ 모임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다. 동호회, 협의회로 그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아파트를 분양 받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바탕으로 모인 조직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했다.
이곳의 회원들 중에는 유달리 자주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이나 지역 개발 계획 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여러 회원들은 이들에게 칭찬의 댓글을 보냈다. 예비 이웃끼리 서로 뭉치자며 오프라인 모임이 열렸고, 가장 ‘부지런한’ 회원이 입주예정자 모임의 ‘회장’이 됐다.
입주예정자 모임은 건설사로부터 무언가를 더 ‘얻어내고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조감도와 견본주택을 보여주고 분양까지 끝낸 건설사가 뭐가 아쉬워 이미 분양받은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줄까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를 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A 아파트는 이미 외장 공사가 마감된 외벽을 다시 뜯어 대리석을 붙였고, B 아파트는 없던 문주를 만들고 주민공동시설의 인테리어 자재도 변경했다. 입주예정자 회원들의 찬사는 점점 더 커졌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두 아파트에서 특히 공통적인 화두는 ‘조경’이었다.
A 아파트는 준공을 앞두고 격한 표현까지 쓰며 부실한 조경을 개선하라고 건설사를 압박했다. 결국 적지 않은 나무와 조경물이 새로 투입되었다. 그런데 입주 직전 사전점검일, 그 모든 나무와 조경물이 한 곳에만 집중적으로 쏠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사가 덜 끝나서 임시로 놓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풍경은 준공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서야, 조경이 집중된 그 곳이 입주예정자 동호회 회장의 집 앞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B 아파트의 경우, 조경에 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입주예정자 모임 회장은, 시기상조다, 말을 아끼고 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그러더니 이 건설사는 어차피 만족스런 조경을 하기 어렵다는 식의 말까지 덧붙였다. 건설사에 맞서 십자가를 지고 모든 것을 다 이뤄줄 사람처럼 칭찬을 받고 있던 회장이라는 사람은 건설비용을 아끼려는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필자는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었다. 조경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몇몇 ‘열성’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회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어떤 결과여도 우리는 만족한다, 수고가 많으시다…”
아니, 요지는 그게 아닌데, 이 뜬금없는 말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결국 조경은 계획과 달리 변경되어 빈약한 상태로 마무리됐다.
두 아파트 모두, 엄청난 설계 변경이 있었다. 외벽 색채가 분양 당시와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었고, 시설물이 바뀌는 것도 다반사였다. 상당수 분양자는 같은 분양가를 내고도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많은 것들의 변경을 감수해야 했다. 계약의 당사자가 계약 내용이 바뀌는 것도 알 수 없고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마을청년, 세상을 만나다]를 연재하는 백현빈은?
- 서울대학교 정치학전공 박사과정 수료
- <마을의 인문학> 대표
- 화성시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교육복지분과위원장
- 마을 속의 수많은 질문을 함께 고민하고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청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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