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역린' 건드린 이지스자산운용…좌초 위기 [사진=이지스자산운용]
(서울=경인바른뉴스) 국내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 매각 작업이 각종 잡음과 논란에 휘말리며 사실상 좌초 위기에 놓였다.
17일 경인바른뉴스가 진행한 금융권 취재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소송전이 불거진 데다, 핵심 출자자인 국민연금의 '역린'까지 건드렸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이지스운용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계 사모펀드(PE)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이하 힐하우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 자체를 미루고 있어 매각 절차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흥국생명, '불공정 딜' 소송전 예고... 프로그레시브 딜 논란
이번 매각전의 첫 번째 논란은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이다. 인수 후보였던 흥국생명은 매각 주관사단(모건스탠리·골드만삭스)을 고소하고,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소송까지 이어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흥국생명 측은 주관사단이 당초 '프로그레시브 딜(가격을 올리는 방식의 경쟁 입찰)'은 없을 것이라고 고지했음에도, 우협 선정 직전 힐하우스 측에만 이를 통보해 절차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관사단이 다른 후보들에게 힐하우스의 참여를 뒤늦게 알렸고, 흥국생명이 입찰한 최고가 금액을 힐하우스에 알려 더 높게 입찰하도록 종용한 모양새가 됐다"고 전하며 주관사단의 불투명한 일 처리를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힐하우스는 흥국생명보다 500억 원 높은 1조 1,000억 원을 써내며 우협으로 선정됐다.
국민연금 '역린' 건드렸다...2조 원대 위탁 자금 운명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지스운용의 핵심 출자자(LP)이자 한국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논란이다.
이지스운용은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2조 원(시장 평가액 기준 7조~8조 원) 규모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실사 과정에서 수익률 등이 담긴 위탁금 운용 보고서가 보안 가상공간(VDR)을 통해 인수 후보들에게 공유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보안 논란이 불거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지스운용과 주관사들이 외부 평판에 극도로 민감한 국민연금의 역린을 건드렸다"며, "비밀유지 의무가 있는 투자계약 내용을 인수 후보에 노출함으로써 스스로 신뢰를 저버린 격"이라고 맹비난했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에 위탁했던 일부 자산에 대해 GP(위탁 운용사) 교체를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출자금 회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지스운용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힐하우스 인수 가능성 '극도로 낮아져'...당국 리스크 고조
이러한 논란은 그렇지 않아도 외국계 자본에 비우호적인 금융당국의 시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수년간 지배구조 관련 의혹이 불거지는 등 '당국 리스크'를 안고 있던 이지스운용은 이번 매각전을 통해 신뢰 회복 기회마저 놓치게 됐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규제 심사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힐하우스가 이지스운용을 인수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지스운용이 마주한 소송전과 국민연금 관련 논란을 더욱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지스운용이 단순 대체투자사를 넘어 리츠, 공공지원형 펀드, 연기금 협력 사업이 긴밀한 '국내 1위 부동산 운용 플레이어'인 만큼, 당국이 그 정체성을 긴밀히 고려하여 매각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