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베팅”… 보험사들이 뛰어든 이지스 인수전, 승자는? [사진=이지스자산운용 홈페이지]
국내 부동산 자산운용 1위 이지스자산운용을 두고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이 맞붙었다. 인수금액은 최대 1조 원대, 국내 보험사 간 ‘부동산 운용 플랫폼 확보 전쟁’이 본격화됐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이날 진행됐다. 매각 대상은 고(故) 김대영 전 회장의 배우자 손화자 씨 지분(12.4%)을 포함해 재무적 투자자, 대신금융그룹(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등 총 지분 98% 규모다.
당초 인수가는 5,000억 원대로 예상됐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대 1조 원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입찰에는 국내 보험사 한화생명, 흥국생명, 글로벌 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계 부동산 운용사 캐피탈랜드 등 해외 자본 2~3곳도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이번 인수전이 사실상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두 회사 모두 보험업 환경 악화로 안정적 실물자산 기반의 수익 구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8월 진행된 예비입찰에서 1조 원 규모의 인수가를 제시하며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반면 흥국생명은 자금력에서 밀리지 않는다. 지난 9월 흥국코어리츠에 사옥을 7,200억 원에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고, 2,000억 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으로 인수전 대비도 마쳤다. 업계에서는 “두 보험사의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2010년 설립된 이지스자산운용은 국내외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특화된 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 66조8천억 원, 국내 부동산 펀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2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금이 오히려 장기 포트폴리오 확보의 적기”라며 “이지스를 품는 기업이 향후 국내 대체투자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번 이지스 인수전이 단순한 M&A를 넘어 국내 대체투자 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누가 이지스를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부동산·인프라·대체금융 분야 투자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