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사건]물 쓰려면 돈 내라는 스님… 안산 대부도 단수 갈등

법당 운영 중인 스님이 상가번영회장

수도 사용한 상가입주민들 고소까지 당해

입주민들 "주먹이 법보다 가깝다" 새삼 실감

안일한 안산시 행정도 도마 위에

김형주 기자 승인 2021.09.12 04:00 의견 4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지난 10일 오후 방송에서 '상가를 둘러싼 갈등, 물의 주인은 누구인가?'를 방송했다. (사진 = 예고편 영상 캡쳐)

물을 쓰려면 관리비를 내라는 스님과 단수 조치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상가 민들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지난 10일 안산 대부도의 한 상가에서 빚어지고 있는 단수 갈등 상황을 추적해 방송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가관리단 관리인의 부당한 관리비 청구에 반발해 관리비를 미납한 세대를 상대로 단수조치가 내려진 것.

갑작스러운 조치로 음식점과 민박은 식수를 사용할 수 없어 손님을 받지 못하게 됐고, 화장실에는 오물이 방치되기 시작했다. 상가 민들은 이번 사건의 주범을 한 사람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상가관리단의 대표는 한 스님이 맡고 있다. 8년 전, 상가 3층에 입주한 스님은 그곳에 법당을 차리면서 상가번영회 회장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해당 스님은 돌연 사임했고 상가 민들은 따로 회장을 뽑아 상가 운영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최근 스님은 안산시청에 먼저 자신이 발족시킨 상인회가 상가 운영을 맡고 있다며 신고했고 이후 갈등이 촉발됐다.

스님은 물 도둑들이 도둑질을 해서 물을 쓰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상가 입주민들은 스님이 터무니없는 관리비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안산시 단원구 소재 OO상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OO상가관리단 관리인의 부당한 관리비 청구에 반발해, 조속한 해결을 원한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사진 = 사이트 캡쳐)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OO상가관리단 관리인의 부당한 관리비 청구 및 단수조치'를 해결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단수조치에 고통 받고 있는 주민을 대표해 청원 글을 올렸다는 작성자는 "관리인이 된 이후의 관리비를 청구해야 하는데, 2018년부터 현재까지의 관리비를 청구했고 이에 반발해 납부를 거부한 세대들을 상대로 단수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1차, 2차(단수조치)의 경우 수도계량실 시건장치를 제거해 물을 사용했고, 이로 인해 업무방해, 특수재물손괴 등으로 고소고발 사건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단수조치로 고통 받고 있는 대부분 세대들은 연로해, 안산시에서 설치한 갯벌체험 후 사용하는 세족대에서 물을 퍼오기도 힘겨운 분들"이라면서 "수도계량실 강제봉인 해제로 인해 발생하는 고소 고발 사건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서로 출두하기도 버거워 최근 행정기관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자는 "관리비 미납 세대들은 단순하게 관리비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정상적인 형식과 요건을 갖춘 청구, 관리단 구성이후의 금액 청구를 원하고 있다"면서 "법원의 판단만 기다리며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청 드린다. 단수로 고통 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주민들은 빠른 해결을 간곡히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지 한 달 가량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는 안산시의 행정을 놓고도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방송을 본 한 시민은 "상가번영회 등록은 신고제로 진행되긴 하지만, 몇가지 서류가 필수적으로 제출됐을텐데 해당 공무원이 이를 제대로 검토했는지 감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민은 "입주민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중재할 수는 있어야 지자체로서의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겠냐"며 "선량한 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안산시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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