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취재수첩]①물 건너간 실시협약... 추가정차 협상 어디까지 왔나

정희준 기자 승인 2021.11.25 16:10 | 최종 수정 2021.11.25 16:17 의견 5
민선7기 윤화섭 안산시장의 공약집 가운데 일부 발췌한 내용. 초지역세권 개발사업 추진 항목에 GTX 노선연장 등 추진공약이 담겨있다. (자료 = 선거관리위원회)

경기도 수원과 양주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의 연내 실시협약 체결의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경인바른뉴스가 철도업계 관계자 등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와 민간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컨소시엄(현대건설)의 실시협약 체결은 내년 1분기로 미뤄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로서 내년 말 첫 삽을 뜨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며, 추가정차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민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밝힌 당초계획에 올해 연말까지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두세 달 늦어진다는 게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도 1분기 안으로 (협약체결이) 연기됐다는 내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시협약 체결과정에서 두세 달 지연되는 것은 다반사"라고 밝혔다.

◆ 협상과정에서 안산시가 잊지 말아야할 것

윤화섭 안산시장이 지난 6월 3일 오전 시청 공식 유튜브를 통해 GTX-C노선 유치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유튜브 캡쳐)


현재 철도업무를 담당하는 국토부와 현대건설 양측은 일주일에 두 차례씩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엄밀히 말해 협상의 당사자가 아닌 지자체는 이들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추가정차가 가능하도록 설득하고 요구하는 과정이 핵심 업무다.

이번 취재를 통해 안산시 측으로부터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듣는 것에 불과했지만,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은 분명히 짚을 수 있었다.

우선 추가정차를 원하는 타 시군(시흥, 평택, 서울 일부지역 등등)의 눈치를 보느라 협상 과정에 엄격한 '보안'을 유지하며 정확한 입장 표명을 못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산 지역 내 시민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특정 역조차 짚지 못하면서 '민민갈등'을 조장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철도사업을 유치하는데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냐'는 언급도 나오지만, 안산시민 입장에선 기대치가 높다보니 시의 행정력이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당초 수원에서 덕정까지가 GTX-C의 기본노선이었기 때문에 원래 되지 않던 것을 추가로 들어온다고 봐야하는 것이지 당연히 들어오는 것 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언급했다.

시민들이 쉽지 않은 사안에 대해 큰 기대를 가졌다는 평가인데, 과거를 돌이켜보면 괜한 기대감은 아니라고 본다. 민선7기 뿐만 아니라 4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이미 공약으로 제시한데 더해 윤화섭 시장이 '5도 6철'이라는 표현을 최대 공적으로 수차례 발언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제7회 동시지방선거 당시 윤화섭 안산시장의 공약집을 살펴봐도 GTX-C 추가정차 유치는 버젓이 적혀있다. 시민들이 이 같은 공약을 토대로 윤 시장에게 투표했다면 추가정차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일 없도록...

지난 6월 진행된 'GTX-C 안산유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다. (사진 =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안산시는 이번 실시협약체결이 부정적으로 나왔을 경우 제2의 대책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안산시 관계자는 "최대한 협상에 노력하고 있다"고 거듭 밝히며, "시민들이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시민들은 올 한 해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시가 협상력이 있어 어느 정도 좋은 결과로 도출된다고 하면 속 편히 기다리겠지만, 원론적인 입장만 고수하다보니 행정력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되냐 안 되냐를 떠나서 어떠한 구체적인 대책과 대안은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시 측은 "결정된 것이 없는데 어떠한 언급이 나올 경우 자칫 악용될 수 있고, 기껏 잘 협상해 온 게 타 시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협상을 하는 데 있어 타 시군에 눈치를 보는 것은 일부 이해되지만 이 때문에 어떠한 전략조차 밝히지 못한다는 것 또한 어불성설로 들린다.

국토부에서도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내놓을 텐데, 그 결과에 대해 지레 겁을 먹고 언급을 하기 힘들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렇게 따지면 모든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의 경우 전국적으로 집중포화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은 누차 들어 알겠다. 앞으로 어떻게 노력하겠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공유해줘야지 기다리는 입장에서도 추후 어떠한 결과가 나왔을 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이 같은 지적이 불편할 수 있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판단은 기다림의 연속인 시민 몫이라고 본다.

다음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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