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상록수보건소로 전해진 기부천사의 ‘시원한 선행’

- "여러분이 건강해야 시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 "너무 고마워하지 말아 주세요"

- 선별진료소에 냉각조끼·아이스박스 100개씩 기부

이경훈 기자 승인 2021.07.30 05:00 의견 0
본인을 안산시민이라고 밝힌 수화기 너머 익명의 남성은 “고생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을 위해 냉각조끼 100개와 아이스박스 100개를 기부하겠다”라며 “1시간 후 물건이 배송될 테니 꼭 받아 달라”고 말했다. (사진 = 안산시청)

요즘 매일 긴급 문자메시지가 울린다. 폭염으로 인해 선별진료소의 진료를 일시 중단한다는 문자다. 코로나 거리두기와 함께하는 올해 여름 정말 덥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의료진들은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 확진자를 선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확진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막막한 상황임에도 희망에 끈을 조이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러분들이 건강하셔야 시민의 건강도 지킬 수 있습니다. 너무 고마워하지 말아 주세요.”

한 익명의 천사가 무더위 속 방호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보건소 직원들에게 ‘통 큰 선행’을 베풀어 눈길을 끌고 있다. 더위를 날려줄 냉각조끼와 아이스박스를 각각 100개씩 기부 하면서다. 막막한 현실 속 무거워진 마음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준 선행이다.

30일 안산시(시장 윤화섭)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9시10분쯤 상록수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담당하는 부서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본인을 안산시민이라고 밝힌 수화기 너머 익명의 남성은 “고생하는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을 위해 냉각조끼 100개와 아이스박스 100개를 기부하겠다”라며 “1시간 후 물건이 배송될 테니 꼭 받아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물은 직원에게 이 남성은 “얼마전 상록수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무더위 속에서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통화가 끝난 뒤 1시간이 지나자 실제 통화한 남성의 말대로 상록수보건소로 냉각조끼 100개와 아이스박스 100개가 배송됐다. 물품 가격은 냉각조끼 1개당 15만 원 상당, 아이스박스는 5만 원 상당으로, 모두 2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으나, 현장에서 그 값어치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고 한다.

상록수보건소는 기존 보유하고 있던 냉각조끼와 아이스박스로는 폭염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익명의 천사가 건넨 기부로 선별진료소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계속해서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냉각조끼는 충분했던 단원보건소는 아이스박스 50개를 전달 받았다.

연일 35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냉각조끼는 1시간 조금 넘으면 녹기 일쑤였으나, 이 남성이 건넨 아이스박스와 냉각조끼 덕분에 바로바로 차가운 냉각조끼로 교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이 남성은 “보건소 직원들이 건강하셔야, 우리(시민)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너무 고마워하지 말아주시고, 앞으로도 시민을 위해 고생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헌신하는 보건소 근무자들에게 ‘시원한 선물’을 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고 안전한 안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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