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하철 역사 내 상가 분양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습니다. 문제는 계약서를 보니 지하철 역사 내 상가는 권리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있다는 겁니다. 법률상 권리금 포기에 대한 계약은 무효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 경우에도 해당하는지 궁금합니다”
권리금을 포기시키는 조항은 불법임에도 종종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권리금 포기 조항을 강요시키는 사례가 있다. 물론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순 있지만, 건물 형태에 따라 권리금 포기 조항이 불법이 아닌 경우가 있어 계약 전부터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9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방역정책 완화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지하철 역사 내 상가 입찰도 활기를 띄고 있다”면서도 ”지하철 역사 내 상가는 권리금 회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입찰 전 준비 단계부터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지하철 역사 내 상가는 기존 상가 임대차 계약과 달리 입찰이라는 독특한 계약 형태가 특징이다. 다만 업종에 필요한 시설물 투자는 세입자가 직접 해야 하는 공통점 때문에 일반적인 상가와 마찬가지로 계약이 끝날 때 권리금 회수도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상가 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5에는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 상가 건물에 관해 규정하고 있다. 특히 동법 2호에는 ‘임대차 목적물인 상가 건물이 국유재산법에 따른 국유재산 또는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공유재산인 경우’ 권리금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즉, 해당 건물이 국가 소유거나 공유재산일 경우 권리금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엄 변호사는 “지하철 시설은 국가 소유일 뿐만 아니라 세입자의 노력으로 상권형성의 대가를 거래하는 권리금 가치와 달리 지하철은 이미 많은 사람이 오고 갈 수밖에 없는 공유시설”이라며 “지하철 내 상가는 소유 자체가 국가고 공공시설인 지하철 역사라는 상징성 때문에 권리금 회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하철 역사 내 상가는 이미 좋은 상권에 세입자가 입찰하는 방식으로 낙찰자로 선정만 된다면 일반 상권과 비교해 일종의 특혜를 받는 계약의 특징도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 이유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가나 공유시설로 지정된 건물은 아니지만,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같은 법 제1호에는 ‘임차한 목적물인 상가 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권리금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대형마트나 쇼핑몰 등에 입점 된 점포 역시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 변호사는 “이 경우 국유재산 및 공유시설 건물과 마찬가지로 어느 특정 점포의 노력보다는 건물 자체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이미 많은 사람이 오가는 상권의 특성상 권리금이라는 대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비슷한 상권의 특징을 보이는 전통시장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2조 제1호’에 따라 예외적으로 세입자가 권리금 거래를 할 수 있다.
한편, 국가나 대형마트 등 권리금 보호가 되지 않는 건물 외 일반적인 상가 임대차에서 권리금 포기 계약은 법률적인 효력이 없다는 게 엄 변호사의 조언이다.
상임법 제15조에는 ‘이 법의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세입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상임법은 세입자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권리금을 포기시키는 약정으로 세입자를 불리하게 만든다면 효력이 없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이에 일반적인 상가 임대차에서는 건물주가 계약서에 권리금 포기 조항을 넣는다면 위법에 해당한다”며 “만약 건물주가 계약 사항을 준수하라며 계속해서 권리금 회수를 방해한다면 세입자는 건물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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