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가 곧 건물을 매도한다며 갱신요구권을 쓰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 저는 갱신요구권 포기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아 계약이 끝나면 나가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갱신요구권 포기에 합의했다며 권리금 거래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저는 갱신요구권 포기에만 합의한 상태인데 권리금을 회수하지 말라니 억울하기만 합니다. 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을까요?”
계약 기간이 끝날 때 세입자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두고 건물주와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세입자의 대표적인 권리는 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로 건물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두 가지 권리를 방해할 수 없다. 하지만 갱신요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세입자가 합의금을 받았다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26일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갱신요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당사자 간 합의가 있는 경우 권리금 거래까지 합의로 봐야하는지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세입자가 갱신요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건물주에게 합의금을 받았다면 법률상 권리금 회수도 포기로 봐야하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소송조차 제기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권리금’이란 영업시설, 거래처, 신용, 영업상 노하우, 위치(바닥)에 따른 이점 등을 기준으로 비롯된 금전적 가치를 뜻한다.
‘손해배상청구소송’이란 건물주 방해로 권리금 회수기회를 놓쳤으니 상응하는 금액을 계산해 배상토록 제기하는 일명 ‘권리금반환소송’을 말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 제10조의 1항 3호에는 ‘서로 합의하여 임대인(건물주)이 임차인(세입자)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 경우’ 건물주가 세입자의 갱신요구권을 포기시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세입자는 해당 법률은 갱신요구권 포기를 다룬 규정이라며 권리금 회수는 별개라고 주장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엄 변호사는 “세입자와 건물주가 갱신요구권 포기에 관해 합의한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법률상 건물주가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권리금 거래 거절과 묶인 규정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리금 회수가 되지 않는 정당한 사유가 상임법 10조의 1항 각호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 조항이 ‘갱신요구권을 거부해도 정당한 규정’을 인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즉 합법적으로 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법 규정과 권리금 거절에 대한 정당한 규정이 같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률상 갱신요구권을 쓸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면 권리금보호도 어렵다는 게 법조인들의 조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입자가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도 두 가지 권리 주장이 어려울 수 있다.
가령, ▲세입자가 3기에 이르는 임대료를 연체했을 경우 ▲건물주의 동의 없는 무단 전대를 했을 경우 ▲세입자가 임차한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다.
엄 변호사는 “만약 세입자가 해당 규정을 위반했다면 권리금 회수 역시 주장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되기 때문에 명도소송까지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갱신요구권과 권리금보호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법률상 갱신요구권을 사용할 수 없으면 권리금보호도 어렵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엄 변호사는 “상가 임대차에서 세입자는 10년간 갱신요구권을 쓸 수 있지만, 10년이 지나면 더는 갱신요구권을 쓸 수 없다”면서도 “다만 10년을 채워 갱신요구권이 사라졌더라도 권리금 회수 기회는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2019. 5. 16. 선고 2017다225312, 225329)”고 전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갱신요구권과 권리금보호 규정이 같지만, 법률을 위반하지 않은 세입자가 10년을 채워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더라도 권리금 회수는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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