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영화계 새 역사

제93회 美 아카데미 영화제서 여우조연상 수상

영화 '미나리' 순자 역 연기 호평

102년 한국 영화사의 한 획 그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또 하나의 역사

염정오 승인 2021.04.28 10:52 의견 3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뒤 시상자로 나선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미나리'에 제작자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사진 = 후크엔터테인먼트 SNS 캡쳐)

배우 윤여정이(75세, 이하 윤 배우) 지난 26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윤 배우의 이번 수상으로 102년 한국 영화사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을 연기한 윤 배우는 지난 102년 한국 영화 역사상 오스카에서 한국배우가 연기상을 받은 최초의 인물로 기록됐다.

영어 대사가 아닌 연기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는 여섯 번째 배우가 됐으며, 아시아 배우로는 지난 1957년 영화 '사요나라'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 수상자라는 대기록을 이루어냈다.

윤 배우의 수상 소감에 미국 전역도 들썩했다. 뉴욕타임즈는 "윤 배우의 발언이 이날 최고의 수상소감이었다"고 평가하며 "딱딱한 시상식장의 뜻밖의 선물 이었다"고 극찬했다.

윤여정은 이날 수상소감에서 시상자로 나선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Brad Pitt)에게 "브래드 피트, 드디어 우리 만났네요. 우리가 촬영할 땐 어디 계셨던 거예요? 만나서 정말 영광이에요"라고 반가움을 표했다.

윤 배우는 이어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고 제 이름은 윤여정입니다. 유럽인들 대부분은 저를 '여영'이나 또는 '유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하지만 오늘만큼은 여러분 모두를 용서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윤 배우는 "저는 지구 반대편에 살아서 오스카 시상식은 TV로 보는 이벤트, TV 프로그램 같았는데 제가 직접 왔다니 믿기지 않네요"라며 감회를 표현했다.

이어 "저에게 투표해 주신 아카데미 회원 분들에게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원더풀한 미나리 가족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스티븐 연, 정이삭, 한예리, 노엘 조, 앨런 김. 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라며 "무엇보다도 정이삭 감독이 없었다면 저는 오늘 밤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정이삭이 우리의 캡틴이었고 저의 감독이었습니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윤 배우는 그러면서 "저는 경쟁을 싫어합니다.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를 이기겠어요? 저는 그녀의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습니다. 5명 후보가 모두 각자 다른 영화에서의 수상자입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역을 연기했잖아요. 우리끼리 경쟁할 순 없습니다. 오늘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죠. 당신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네요. 미국식 환대인가요? 한국 배우에 대한 손님맞이가 친절하네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윤 배우의 수상 소감 가운데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은 국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 배우의 큰 아들은 미국의 패션 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은 아들은 음반사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배우는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저를 일하게 만든 아이들이요. 사랑하는 아들들아, 이게 엄마가 열심히 일한 결과란다"며 가족들과 수상에 기쁨을 함께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윤 배우는 1971년 스크린 데뷔작 '화녀'의 고(故) 김기영 감독을 언급했다.

윤 배우는 "저는 이 상을 저의 첫 번째 감독님, 김기영에게 바치고 싶습니다. 아주 천재적인 분이셨고 제 데뷔작을 함께 했습니다. 살아계셨다면 아주 기뻐하셨을 거예요. 정말 진심으로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고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지난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배우를 시작한 윤여정은 1971년 영화 '화녀'로 스크린에 데뷔한 후 각종 드라마와 영화, 예능까지 섭렵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출연작은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넝쿨째 굴러온 당신' 등 드라마는 물론,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여배우들' 등 영화에 출연했다. 또 윤 배우는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도 출연하며 국내외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윤 배우 측의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동안 올림픽 선수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일명 오스카 레이스와 촬영을 병행하느라 강행군을 해왔다. 그런 윤 배우를 보며 마음을 졸여왔다. 수상의 쾌거를 안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라며 "그간 함께 가슴 졸이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102년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쓴 윤 배우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건강과 함께 종횡무진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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