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4억 돌파”… 성수동, 왜 갑자기 돈이 몰리나 [사진=Unsplash]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자산가와 대기업의 새로운 투자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무신사·크래프톤 등 대형 기업의 사옥 이전과 외국인 관광객의 급증, 그리고 주거·상권·오피스를 아우르는 입지 완성도가 맞물리며, ‘강북의 압구정’이라는 별칭이 현실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 WM(자산관리)부는 최근 VIP 고객 30여 명을 대상으로 ‘성수 상권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은행의 V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현장투어가 진행된다는 것은 곧 ‘자산의 흐름이 성수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 자산가와 외국인 모두 ‘성수’로 몰린다

성수동의 변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올해 상반기 성수동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1315억 원, 전년 대비 226.3% 급증했다. 명품 브랜드 팝업스토어, 글로벌 패션기업 부지, 특색 있는 카페거리 등이 ‘입장료 없는 테마파크’로 인식되며 외국인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이제는 내국인만으로는 상권 경쟁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며 “성수는 글로벌 소비자까지 끌어들이는 ‘힙(hip)한 상권’의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 ‘한강 조망+핵심 상권’… 압구정과 닮은 입지 구조

전문가들은 성수를 ‘강북판 압구정’으로 지칭한다. 앞으로는 한강 조망권, 뒤로는 카페거리와 상권을 끼고 있는 입지 구조 때문이다. 특히 1만 세대 규모의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완성되면 주거·업무·상권이 공존하는 압구정, 반포, 한남에 이은 차세대 프라임벨트로 평가된다.

노시태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강남은 이미 완성된 시장이라면 성수는 선택받은 지역”이라며 “한강변 조망과 상권의 조화는 압구정의 초창기와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 단기간 시세차익 ‘밸류업 성공 사례’ 속출

성수동에서는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해 시세를 높이는 ‘밸류업 투자’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서연무장길의 한 건물은 2021년 9월 73억 원에 매입되어 리모델링 후 2025년 3월 213억 원에 재매각, 4년 만에 140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KB국민은행 WM 관계자는 “성수의 주요 골목 상권은 이미 평당 토지가격이 3억 원을 돌파했으며, 일부 구역은 평당 4억 원을 호가한다”며 “리모델링형 투자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 무신사·크래프톤·젠틀몬스터, 성수에 ‘집결’

패션·게임·문화기업의 성수 진입도 투자 열기를 키우고 있다.

▶ 무신사 : 2019년 동부자동차서비스 부지를 매입해 ‘무신사 캠퍼스 E1’로 리뉴얼. 2023년에는 약 460억 원 규모의 옛 CJ대한통운 부지를 매입, ‘무신사 스토어 성수’로 개발 중.

▶ 크래프톤 : 2023~2024년 성수 일대 토지에 총 3100억 원 이상 투자, 옛 이마트 부지에는 2조 원 규모 복합개발 프로젝트(2027년 준공 목표)를 추진 중.

▶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 : 2018년 266억 원에 부지를 매입, 올해 지하 5층~지상 14층 규모 신사옥을 완공했다. 이처럼 대기업의 집적 효과가 이어지며 성수동은 단순한 카페거리에서 국내 대표 브랜드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 팝업스토어 붐의 그림자… ‘공실 리스크’ 우려도

다만 성수의 급격한 성장 속도는 양날의 검이다. 최근 팝업스토어 붐으로 임시 매장이 늘어나면서 공실 기간과 임대료 급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성동구청은 기업·주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상권 관리’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부동산 분석가 박진우(‘성수교과서’ 대표)는 “무신사, 크래프톤 등은 이미 성수에서 ‘디벨로퍼형’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투자 수익뿐 아니라 도시 브랜드 가치까지 함께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