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오피스업무지구 내 IFC [사진. 언스팰리시]

서울 여의도의 핵심 랜드마크 ‘국제금융센터(IFC)’ 인수를 둘러싼 3년여 간의 법적 공방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판정으로 미래에셋은 이행보증금 2,000억 원 전액은 물론, 지연이자와 중재비용까지 모두 돌려받게 됐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는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 간의 서울 IFC 매매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미래에셋 측 주장을 전면 인용했다.

SIAC는 브룩필드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며, 계약금 2,000억 원 반환 및 지연이자·중재비용 일체 배상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2022년 9월 미래에셋이 제소한 이후 약 2년 만에 내려진 결과다. 지난해 6월 마지막 심리를 마친 이후에도 양측의 서면 공방이 이어지며 결론이 지연되어 왔다.

■ 거래 무산의 발단은 ‘리츠 영업인가 불허’

양사 간 갈등의 시작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룩필드는 여의도 IFC 매각을 추진하며 미래에셋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미래에셋은 인수대금 약 4조1,000억 원 중 일부인 2,000억 원을 이행보증금으로 납입하고, 인수를 위한 리츠(REITs) ‘미래에셋세이지리츠’를 설립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해당 리츠의 영업인가를 불허하면서 거래는 좌초됐다. 이에 브룩필드는 계약을 해지하고 이행보증금 반환을 거부했다.

미래에셋은 “국토부 인가 불허로 인한 불가항력적 해제”를 주장한 반면, 브룩필드는 “미래에셋이 인가를 위한 최선의 노력(best efforts)을 다하지 않았다”며 반환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 SIAC “미래에셋 계약 해제 정당”… 완전 승소 판정

SIAC는 이번 중재에서 미래에셋의 계약 해제 사유가 정당하며, 브룩필드의 반환 거부는 계약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 원금 2,000억 원은 물론, 지연이자와 중재 관련 비용까지 모두 돌려받게 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대규모 부동산 거래에서 국내 운용사가 완전승소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번 판결은 한국 자본의 신뢰도 제고는 물론 향후 해외 부동산 거래에서 협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브룩필드 신뢰도 ‘타격’… IFC 매각 전략에도 여파

이번 중재 판정은 향후 브룩필드의 국내 부동산 사업 및 매각 전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브룩필드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IFC의 재매각 추진 일정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여의도 랜드마크 ‘IFC’, 또다시 새 주인 찾기 나설까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는 오피스 타워 3개동과 IFC몰을 포함한 연면적 약 41만㎡ 규모의 복합 자산으로, 2016년 브룩필드가 미국 AIG로부터 약 2조5,500억 원에 인수한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2021년 미래에셋과의 거래 무산 이후 일본계 ARA, 글로벌 PEF 운용사 KKR 등과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모두 불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재 결과로 IFC 매각이 다시 불투명해졌지만, 서울 핵심 업무지구(YBD) 내 상징 자산인 만큼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재매각 시도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SIAC 중재 승소는 단순한 계약금 반환 소송을 넘어, 국내 자본이 글로벌 부동산 거래 시장에서 ‘계약 해석’과 ‘이행 책임’의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글로벌 기관 간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형 거래에서 ‘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