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제안서 온라인 평가제’를 도입하며 행정 효율화와 공정성 강화, 그리고 친환경 경영을 동시에 잡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앞으로 기업들은 두꺼운 책자형 제안서를 수십 부 인쇄하거나 평가위원 앞에서 대면 발표를 하기 위해 장거리 이동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PDF 전자문서 제출 + 화상회의 발표만으로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협상계약 평가 방식에 ‘온라인 제안평가’를 새롭게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국 지자체 중 최초 사례로, 정보화사업부터 시범 적용해 안정성을 검증한 뒤 향후 협상계약 전반으로 단계적 확대할 계획이다.

새 제도는 조달청 온라인 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입찰 기업이 제안서를 시스템에 PDF 파일로 업로드하면, 평가위원들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정성평가를 진행하고 결과를 확정짓는 구조다. 또한 사업 특성에 따라 대면 또는 비대면(화상회의) 중 평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온라인 제안평가 업무 흐름도 [자료=서울시]

서울시는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지방계약 예규 개정(2025년 7월 시행), ‘서울시 제안서평가위원회 설치·운영 규칙’ 정비(10월 시행) 등 법적 근거도 모두 마련했다.

이번 제도 도입으로 입찰 기업의 경제적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기업 한 곳이 제안서 한 번을 제작할 때마다 평균 약 41만 5천 원의 비용이 소요됐다.

서울시의 연평균 협상계약 건수(348건)와 경쟁 참여 기업 수를 고려하면, 연간 약 2억 9천만 원의 불필요한 제작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IT·중소기업의 참여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는 올해 초 IT 중소기업 10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종이 제안서 제작과 대면 발표 절차가 중소기업에 과도한 부담”이라는 응답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제안평가 도입은 친환경 행정의 상징적 변화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연간 약 205만 매의 A4용지를 줄이는 효과를 예상했다. 이는 나무 205그루를 보호하고, 약 2,050만 리터의 물과 이산화탄소 5,904kg을 감축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행정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온라인 제안평가는 공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는 행정 혁신”이라며 “대면심사 없이도 공정하고 심도 있는 평가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시민에게는 보다 투명한 평가 결과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온라인 제안평가 제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뒤, 다른 지자체 및 공공기관으로의 확산 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