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시 흔히 주고받는 ‘가계약’도 법적으로는 정식 계약과 동일한 ‘계약 체결일’로 본다는 법제 해석이 잇따르면서, 업계 현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실제 거래신고 과정에서 ‘가계약일’과 ‘본계약서 작성일’이 달라 혼선을 빚으며 수천만 원대 과태료가 부과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실무 혼란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법제처 유권해석(21-0180)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서 말하는 계약 체결일은 “사실상 계약이 성립한 날”이다. 즉 매매대금, 잔금 지급일 등 핵심 조건에 합의하고 계약금을 일부 주고받았다면, 설령 본계약서가 뒤늦게 작성됐더라도 가계약 체결일이 곧 ‘계약 체결일’로 본다는 의미다.
문제는 현장의 관행이다. 다수 중개업자들은 본계약서 작성일을 기준으로 신고해왔으나, 일부 지자체는 이를 ‘가계약금 지급일’을 기준으로 판단해 수천만 원대 과태료를 부과해왔다.
실제 ㄱ씨는 아파트 매매 시 7월 28일 가계약금을 받고, 8월 7일 계약서를 작성했으나 계약서 기준으로 9월 2일 신고했다. 지자체는 이를 ‘지연신고 회피 목적의 거짓 신고’로 보고, 매매대금의 2%에 해당하는 2,2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공인중개사 ㄴ씨도 13억 원 규모 부동산을 계약서 작성일 기준으로 신고했다가, 구체적 사실 확인도 없이 2,600만 원 과태료를 물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불합리를 개선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에 제도 정비를 권고했다.
▶ 계약 체결일 명확화: 신고 서식에 “계약금 일부를 선지급하면서 대금·잔금 등 주요 사항에 합의한 날”을 명시.
▶ 거짓 신고 세분화: 단순 실수·착오를 고의적 거짓 신고와 구분해 지자체가 합리적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개선.
▶ 행정처분배심제 도입: 지자체 과태료 부과 전, 당사자가 이의 제기할 수 있는 심의 절차 신설.
권익위는 특히 “동일 위반 행위라도 지자체별로 어떤 곳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고, 어떤 곳은 억 단위 과태료를 매기는 등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선책이 현장 혼란을 크게 줄일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중개업 관계자는 “가계약 자체를 단순 절차로 보는 업계 관행과 법적 해석이 어긋나면서 억울한 피해가 많았다”며 “앞으로는 신고 기준일이 명확해져 과태료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은 “계약 체결일 해석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신고 착오와 과도한 과태료 부과가 줄어들 것”이라며 “거래 당사자의 권익 보호와 제도 신뢰도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