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28일 토요일에 신분당선 신사-강남 구간이 개통된다. 신(新)분당선은 새로운 분당선이라는 뜻으로 기존 분당선과는 다른 노선이다. 표로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신분당선은 분당선에 비해 큰 도로 아래를 지나간다. 또한 강남구를 동서로 나누는 분당선과 달리, 신분당선은 강남구 서쪽 끝 서초구와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광역교통노선은 지하철 2호선 역까지 오는 게 보통이다. 암묵적으로 2호선이 서울 부도심의 내외부 경계선인 셈이다. 그래서 수도권 동부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들은 강변역이나 잠실역, 수도권 남부에서 오는 버스들은 사당역이나 강남역까지 오도록 노선이 짜여 있다.
이는 전철도 마찬가지라서 분당선과 신분당선 모두 처음에는 2호선 역까지만 운행되었다. 그런데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 서울 내부로 전철을 연장한다. 실제로 분당선은 왕십리역까지 연장되었고, 이번에 신분당선도 신사역까지 연장되는 것이다.
이렇게 2호선 안쪽으로 전철이 연장되면, 원래 광역철도였던 노선의 도시철도 기능이 강해진다. 여기서 광역철도란 도시와 도시를 잇는 노선이고, 도시철도는 한 도시 안에서 승객을 실어 나르는 노선이다.
광역철도들은 2호선 경계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넓은 역간거리와 빠른 속도로 운행하다가, 2호선 안쪽으로 들어오면 정차역이 늘어나면서 많은 승객을 흡수하려고 한다. 결국 서울 밖으로 나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지하철이 새로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분당선 왕십리-선릉 구간이 이런 사례다. 원래 왕십리에서 선릉으로 가려면 2호선을 타고 잠실까지 크게 우회를 해야 했었다.
그런데 분당선이 뚫리면서 일종의 지름길이 생겼다. 그래서 왕십리-선릉 구간은 광역철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만 이용하는 승객이 무척 많다.
이는 신분당선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신분당선이 연장되면, 신분당선의 서울 구간은 신사역에서 청계산입구역까지 8.3km, 7개역으로 늘어난다.
더구나 노선이 거의 직선이고 새로 생기는 모든 역이 환승역인데다가, 안 그래도 수요가 많은 강남대로를 따라가고 있어서 서울 시내 도시철도 기능이 커질 것이다.
그런데 신분당선이 분당선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추가 운임을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신분당선은 지금도 추가 운임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서울 시외로 나가는 사람들은 평소 광역버스(빨간버스)를 이용하면서 추가운임을 내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 시내만 이용할 경우에도(양재시민의숲역, 청계산입구역) 구간이 짧고 이용객이 적어서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사까지 연장이 되면 노선이 길어지고 환승역이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당연히 신분당선의 추가 운임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다.
그럼 애초에 신분당선은 왜 추가운임을 받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신분당선이 민간자본이 투자된 사업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민자로 운영되는 고속도로의 요금이 더 비싼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민자 철도라고 해서 무조건 비싼 것은 아니다. 운임은 당국과 사업자간의 협약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 전철 노선들의 민자 유치 여부와 추가 운임 여부를 표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표를 보면 운임을 추가로 받는 민자 노선들도 있긴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한 민자 사업인 우이신설선과 신림선 등은 추가 운임이 없다. 이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민자 사업자와 협의하여 운임을 기존 지하철과 동일하게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에서 추진한 신분당선은 기존 분당선과의 차별화 및 높은 서비스 수준을 고려하여 추가운임을 받기로 하였기에 서울지하철보다 비싼 것이다.
이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 28일에 개통하는 신분당선 서울 시내 구간이다. 예를 들어 신사역에서 양재역으로 갈 때 3호선을 이용할 수 있고, 신분당선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신분당선 이용 시 3호선보다 운임을 더 내야 한다.
특히 운임계산 방법도 좀 복잡하다. 서울 시계를 건널 때 운임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고 강남역을 경계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 안쪽만 따져보면 추가 운임은 다음 표와 같다. 이 추가 운임은 신분당선 역에서 벗어나면서 환승게이트나 집표기에서 카드를 찍을 때 지불한다.
즉, 앞서 소개한 신사-양재 구간을 신분당선으로 이용하면 3호선보다 1,500원을 더 내야 한다. 운임이 이렇다 보니 신분당선이 신사까지 연장되었다고는 해도, 서울 시내 구간에서 짧게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다. 운임이 똑같은 분당선 왕십리-선릉 구간은 마치 서울지하철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과 비교된다.
따라서 신분당선이 신사까지 개통될 경우, 승객들은 무작정 신분당선을 이용할 게 아니라, 미리 운임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5월 28일 이후 논현역에서 도곡역으로 가려면 7호선-분당선 경로와 신분당선-3호선 경로가 있는데, 둘의 운임 차이가 1,500원이나 발생하므로 경로를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는 지하철 기본운임 1,250원보다 비싸고, 거리 운임(5km당 100원)으로 따지면 75km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따라서 앞으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서울지하철 경로 안내 시스템에서는 현행 최단시간이나 최소환승 경로뿐만 아니라, 최소운임 등 신분당선의 추가운임을 고려한 경로까지 상세히 안내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신분당선이 직선 노선인 만큼 추가 운임을 내고서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분당선을 타고 양재역에서 내려 3호선을 갈아타고 신사역으로 가면 11분이 걸린다.
3호선은 역도 많고 고속터미널 때문에 서쪽으로 우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분당선을 계속 타고 신사역으로 가면 6분 만에 갈 수 있다. 대신 500원은 더 내야 한다. 즉 500원을 주고 5분의 시간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결정은 본인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신분당선 연장선은 3호선처럼 서쪽으로 우회하지 않으므로 논현역에서 7호선, 신논현역 9호선을 갈아타고 동쪽 방향으로 갈 때도 유리하다.
마지막으로 어르신이나 장애인은 지하철 운임이 무료인데, 신분당선의 추가운임도 마찬가지로 무료다. 따라서 이들은 추가운임을 신경 쓰지 말고, 신분당선을 적극 타면서 유리한 경로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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