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4개월 앞두고... 女쇼트트랙 팀 분리 파장

염정오 기자 승인 2021.10.12 08:47 | 최종 수정 2021.10.12 09:15 의견 0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 모습. (사진 = 대한빙상경기연맹 갈무리.)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4회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빙상 종목에서 팀 근본이 흔들릴 정도의 잡음이 나오고 있다.

12일 언론보도등에 따르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동료 선수들을 향한 욕설 문자메시지가 공개돼 논란을 빚는 심석희 선수(24·서울시청)가 쇼트트랙 대표 팀과 분리 조치 됐다.

이번 논란은 심석희를 상대로 3년 여간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범 전 국가태표팀 코치 측이 법정에 제출했던 '변호인 의견서' 내용이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의견서에는 심 선수와 국가태표팀 A 코치가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주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적인 문자 메시지들이 담겼는데, 최민정과 김아랑 등을 향한 욕설도 포함돼 있었다.

또, 올림픽 당시 여자 1000m 결승에서 동료인 최민정의 주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것을 사전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도 내용에 담겼다. 심석희는 문자에서 "하다가 아닌 것 같으면 여자 브래드버리 만들어야지"라고 했다.

브래드버리는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앞서 달리던 안현수와 아폴로 안톤 오노 등 4명이 엉켜 넘어지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했던 호주 선수다.

실제로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는 심석희와 최민정의 충돌로 두 선수 모두 메달을 따지 못했다. 마지막 바퀴에서 최민정이 외곽으로 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바로 앞에 있던 심석희와 코너 부근에서 부딪히면서 미끄러졌고 함께 넘어졌다. 이 충돌로 심석희는 페널티를 받아 실격 처리됐고 최민정은 4위를 기록했다.

심석희는 고의 충돌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사과했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관련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심석희는 "먼저 2018년 평창올림픽 기간에 있었던 미성숙한 태도와 언행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실망과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심석희는 "특히 기사를 접하고 충격 받았을 김아랑 선수와 최민정 선수, 그리고 코치 선생님들께 마음 깊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조재범 코치로부터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여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진천선수촌을 탈출하는 등 당시 신체적·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스스로 가진 화를 절제하지 못하고,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드러내며 미성숙한 모습을 보인 점은 현재까지도 반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심석희는 "브래드버리 선수를 언급하며 제가 올림픽 경기 때 의도적으로 넘어진 것처럼 서술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자한다"며 "올림픽 결승에서 제가 일부러 넘어진다거나, 이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넘어뜨려야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고, 실제로도 그런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빙상연맹 관계자는 지난 1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심석희를 포함한 대표팀 선수 및 코치들과 협의를 통해 지금 분위기에서 함께 훈련하는 게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한 분리 조치로 심석희가 진천선수촌에서 나왔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음 주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시리즈가 시작된다"라며 "심 선수가 월드컵 시리즈에 나서기도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경인바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