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 내가 직접 만든다!

-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16) 운전면허 학과시험 변천사와 시험문제 공모전

김형주 기자 승인 2022.06.16 09:57 의견 0

우리나라 국민들 상당수가 쳐 보았을 국가시험이 하나 있다. 바로 운전면허 필기시험이다. 정확하게는 학과시험이라고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보유자수는 약 3,373만 명이라고 한다. 작년 말 기준 16세 이상 인구수가 4,506만 명이었으니, 국민의 75%가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셈이다. (운전면허는 16세 이상부터 원동기장치자전거 면허 취득이 가능하다.)

운전면허 학과시험장 모습 ©도로교통공단 마산운전면허시험장

운전면허를 따려면 우선 필기시험 합격이라는 첫 관문을 넘어야 한다. 과거에는 응시자들을 매 시간마다 교실에 모아 놓고, 문제지를 나눠주고 시험을 보게 했다. 답안은 수능시험처럼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OMR(광학마크인식)카드에 기재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응시 및 채점의 효율화를 위하여 현재는 컴퓨터로 문제를 확인하고 컴퓨터에서 답을 바로 입력하는 CBT(Computer Based Test) 방식으로 바뀐 상태다.

지난 2002년에 서울 서부면허시험장(마포구)에 시범 도입된 뒤 지금은 전국에 기본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컴퓨터로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치르는 모습 ©도로교통공단 마산운전면허시험장

CBT 방식의 필기시험은 펜으로 쓰는 게 아니라 컴퓨터에서 고르는 것이다 보니 최종 제출 전까지 수정이 가능하다. 또한 시험장에 있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동일한 시험지를 받는 게 아니고 사람마다 횟수마다 다른 문제가 나오다보니 부정행위도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다른 사람이 다 풀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자기 문제만 다 풀면 합격 여부를 즉시 확인 가능한데다, 그 자리에는 다음 사람이 바로 들어와서 응시할 수 있으니 시간도 절약된다. 종이를 사용하지 않아서 자원이 절약되는 것도 물론이다.

운전면허 학과시험의 특징은 문제은행 방식이라는 것이다. 즉 문제 1,000개를 미리 출제해 놓고 응시자에게는 무작위로 40개를 골라서 제공한다.

더구나 대범하게도 이 문제 1,000개는 주최 측에서 아예 인터넷에 올려놓고 공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응시자들은 사전에 문제 1000개를 모두 외워 가면 100점도 받을 수 있다.

다만 40개가 100점이라고 모든 문제가 2.5점인 것은 아니며, 문제 종류별로 배점이 최소 2점에서 최대 5점으로 조금씩 다르다. 문제 풀이 제한 시간은 40분이며, 합격 기준 점수는 1종 70점, 2종 60점이다.

현재 출제 중인 운전면허 학과시험 1,000개 문제은행 전자책자 표지 ©도로교통공단

그런데 이렇게 문제은행 식이다 보니 그 안에 들어있는 문제들을 매년 새롭게 갱신해 줄 필요가 있다. 운전면허의 근거법인 도로교통법이 매해 꾸준히 바뀌고 있으며, 교통과 운전에 관한 사회 및 문화의 변화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이 시험 문제는 운전면허시험을 관리하는 도로교통공단의 전문가들이 출제해 왔다. 그런데 운전면허 시험에 대한 국민의 참여를 늘리고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민들이 운전면허 학과시험을 직접 만들도록 하는 공모전이 매년 열리고 있다.

마침 '2022 자동차운전면허 학과시험문제 국민참여 공모전' 접수가 현재 진행 중이며,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은 5개 이하의 문제를 제작하여 6월 24일 17시까지 도로교통공단에 제출하면 된다. 1등 상금은 50만원이며, 총 19명에게 300만원을 준다.

운전면허 학과시험문제 국민참여 공모전 포스터 ©도로교통공단

공모전에 대한 팁이 있다면, 우선 현재 출제되는 문제와 중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행 문제 1,000개는 다음 주소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본인이 생각한 문제가 이미 출제되어 있진 않은지부터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교통과 운전에 대한 최신 흐름을 반영해서 문제를 만들어야 한다. 애초에 문제를 공모 받는 이유가 진부한 문제를 새롭고 참신한 문제로 교체하기 위해서인 만큼 도로 교통의 최신 이슈들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갈수록 늘어나는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량의 점검이나 구조 이해 문제를 들 수 있다.

또한 민식이법이나 윤창호법(현재는 위헌 판결)등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교통약자 배려, 보행자 우선 등과 관련된 문제도 중요하다.

아울러 회전교차로, 자율주행차량, 개인형 이동수단 등 과거에 없다가 요즘 새롭게 등장한 교통 요소들에 대한 문제도 필요할 것이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전경 ©도로교통공단

마지막으로 평가 기준을 이해해야 한다. 가장 높은 배점은 적정성 50%인데, 즉 본인이 낸 문제가 운전면허 학과시험에 적합한 주제와 난이도여야 한다. 전 국민이 치르는 운전면허 시험인 만큼 우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문제가 너무 어렵거나 쉬워도 가치가 떨어진다.

또한 단지 시험만을 위한 문제여서는 안 되며,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미리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안전운전과 사고예방을 실현할 수 있는 효과성(30%)을 갖추어야 한다. 즉 시험에 대비하는 응시자가 그 문제를 보고서 ‘이렇게 안전운전을 해야겠구나’라는 것을 배울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가에서 시행하는 공적인 시험인 만큼 법적근거에 바탕을 둔 정확성(20%)을 갖추어야 문제 오류 논란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공모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문장형(4개 보기 중 1~2개 답), 사진형(5개 보기 중 2개 답), 안전표지형(4개 보기 중 1개 답) 형태로 필기 문제를 만들어서 제출하면 된다.

자신이 만든 문제가 채택된다면 상금을 받는 것도 기쁘겠지만, 향후 자신이 낸 문제를 가지고 공부할 사람들을 통해 친환경, 배려운전, 법규준수 같은 뜻깊은 가치가 창출된다는 데 무엇보다 보람이 클 것이다.

참고로 작년 공모전 때는 113명이 367문항(평균 3.2문항)을 제출하였으며, 그중에 18문항(15명)이 수상했고(경쟁률 7.5 대 1), 9문항은 실제로 채택(채택률 2.5%)되어 문제은행에 포함되었다. 대상은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대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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