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지구단위계획 규제 완화…아파트 높이 기준 폐지

류정은 기자 승인 2022.06.07 09:40 의견 1
서울시가 20년간 획일적인 규제로 작용해 온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전면 재정비한다. (자료. 서울시)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전면 재정비, 지역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는 지원적 성격의 계획으로 전환한다.

이번 재정비는 시가 3월 발표한 최상위 공간계획인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에서 6대 공간계획의 하나로 제시한 ‘도시계획 대전환’의 일환이다.

‘지구단위계획’은 지역의 육성·활성화가 필요한 곳을 대상으로 지정, 수립하는 도시관리계획으로, 기성시가지는 물론, 주요 중심지‧역세권,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주택건설사업 등 신규 개발사업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현재 서울시 시가지 면적의 27%(100.3㎢)가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구역 현황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전면 개정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나 주택건설사업 등을 계획‧추진 중인 사업지에 즉시 적용된다.

시는 앞서 작년 10월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 개정을 통해 ‘2종7층’ 높이 제한을 풀고, 상업‧준주거지역의 비주거시설 비율도 완화(10%→5%)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노후 주택 재정비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동주택 노후도 기준도 완화했다.

개정된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의 주요 내용은 ①역세권사업 기준완화 ②저층주거지 계획기준 개선 ③국공유지 처리방식 개선 ④불합리한 높이규제 개선 ⑤민간부문 시행지침 개선 ⑥신속한 지구단위계획 수립 유도 등이다.

역세권사업 기준 완화 (자료. 서울시)

첫째,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역세권 부지 활성화를 위해 사업기준을 완화했다.

개발 잠재력이 있음에도 사업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대상지도 사업 추진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특별계획구역 내 역세권사업 운영기준에 ▲입지 ▲면적 ▲접도 ▲비주거용도비율 ▲채광방향 높이에 대한 완화 근거를 새롭게 마련했다. 시는 완화된 기준을 각 역세권 사업별 매뉴얼에 반영해 지역 여건에 맞게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역세권의 계획적 개발을 위해 구역 지정을 했지만 사업실현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특별계획구역 263개소 중에서 192개소(73%, 약 2.5㎢)가 역세권에 입지해있다.

둘째, 저층주거지에 대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도 전면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지역에 필요한 기반시설 확보를 위한 공공사업 연계 의무화 ▲소규모정비사업 절차 간소화 ▲규제완화‧인센티브 신규도입 등이다.

저층주거지는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구릉지, 문화재 주변 등 건축여건이 불리한 지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대규모 정비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도로, 공원, 주차장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 마련을 의무화한다.

소규모정비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해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서도 사업속도를 단축시킨다.

저층주거지 수립기준 개선 (자료. 서울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는 요소에 기부채납뿐 아니라 공동개발, 특별건축구역을 새롭게 포함해 기부채납 없이도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2021.1.)에 따라 단독주택(30동 이상)도 특별건축구역 적용이 가능해진 만큼, 소규모 정비 활성화가 기대된다.

셋째, 지구단위계획구역 내 도로·공원 등 국공유지(공공시설)를 포함해 개발할 때 기존에는 공공이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유상매각)으로 처리해 왔다면, 앞으로는 공원·주차장·임대주택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받는 방식(무상양도)도 병행 검토하도록 개선했다.

국토계획법에 따라 지구단위계획에서는 공공시설 처리에 있어 무상양도 방식을 검토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유상매각 방식만을 검토하고 있어 기반시설 축소, 지역필요시설 미확보 등의 지적이 있어왔다.

5천㎡이상 대규모부지 개발사업시 국공유지 처리방식 개선 (자료. 서울시)

부지면적 5천㎡ 이상 개발사업이 대상이다. 지역에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지역에 공공주택, 문화체육시설, 공원·녹지 같이 지역에 필요한 시설 확보가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계획 수립을 유도할 계획이다.

넷째, 아파트(공동주택) 높이‧층수 계획기준도 개선해 합리적인 높이계획을 유도한다.

‘건축법’에서 정한 아파트 높이기준보다 강화됐던 지구단위계획 자체 높이기준은 폐지하고, 개별 정비계획에 대한 위원회 심의에서 지역 여건을 고려해 높이를 결정하도록 개선한다.

또한, 2종(7층) 주거지역에 적용되는 평균층수 산정방식도 ‘동별 최고층수 기준’에서 ‘코어별 층수 기준’으로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그간 불리하게 적용돼왔던 계단식 건물의 경우 평균층수가 완화돼 합리적인 높이계획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아파트 평균층수를 산정할 때 해당 건축물의 가장 높은 층을 기준으로 평균층수를 산정해 계단식 건축물의 경우 평균층수 산정시 불이익이 발생했다. 예컨대, 같은 동 안에 10층, 8층, 6층이 있는 경우 기존에는 평균층수를 10층으로 산정했다면, 개선된 기준에 따라 앞으로는 8층으로 산정된다.

다섯째, 지구단위계획의 내용을 보조하는 설명서 역할로 도입했지만 경직적인 지침처럼 해석됐던 ‘민간부문 시행지침’도 손질했다.

지역별 여건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것에서 탈피해 자치구에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자치구 심의‧자문을 통해 유연하게 변경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 시는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치구별 보조금 지원 우선순위 등과 연계해 신속한 계획 수립을 유도한다. 보조금이 교부된 자치구별 지구단위계획 수립 성과를 고려하여 보조금 지원 우선순위 등을 검토하는 식이다.

또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5년마다 재정비해 도시계획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개선하고, 도시계획 규제개선 전담조직도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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